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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이야기/재미있는 돈 이야기

‘돈이 되는 돈’ 모아라

by 금빛화폐연구소 2007. 4. 1.

 

 

 서울 충무로1가 회현지하상가. 한 화폐 수집 전문점에서 초로(初老)의 손님과 상인이 옥신각신하고 있다. “6만원에 하자니까.” “7만원 이하는 안됩니다.” 최근 발행된 새 지폐 1000원짜리와 1만원짜리 1장씩을 묶은 세트를 놓고 벌어진 흥정이다. 권면(卷面) 액수는 다르지만 일련번호가 ‘AA082XXXXA’로 똑같다고 해서 ‘트윈 노트(Twin note)’라고 불린다.

“에잇, 안 사고 만다.” 흥정이 깨졌다. 화가 난 손님이 지폐를 내팽개치고 나가버렸다. 하지만 상점 주인은 빙그레 웃는다. “저 사람, 5분 내로 다시 돌아옵니다. 이 지폐에 완전히 꽂혔거든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님이 다시 들어왔다. “여기 7만원. 됐지?” 액면가 1만1000원어치 지폐가 7만원에 팔렸다. 가게 문을 나서는 노인의 얼굴이 웃음으로 가득하다.

회현지하상가는 줄잡아 18곳의 화폐수집상들이 모여 있는 국내 유일의 화폐·우표 수집 전문 상가. 옛날 엽전부터 시작해 대한제국시대 주화, 옛 한국은행권, 각종 기념 주화와 동전들, 외국 돈에 이르기까지 2000여종의 화폐가 거래된다. 화폐를 발행하는 한국은행과 우표를 만드는 서울중앙우체국 사이에 있어 1970년대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지난주 한국은행 앞 줄서기 소동으로 유명해진 ‘AAA’ 발행번호의 새 지폐들도 이미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었다. 화폐 수집 전문점 ‘아키필라’의 한희택 사장은 “발행번호에 따라 시세가 다른데, ‘AA0012345A’처럼 번호가 순서대로 올라가는 ‘어센딩 노트(ascending note)는 70만원대, AA001111A 처럼 같은 숫자가 반복되는 화폐는 20만원에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새 5000원권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새 1만원과 1000원권을 내놓으면서 화폐 수집가들 사이에 신권(새 지폐) 수집 붐이 일고 있다. 신권 수집이 유행하면서 화폐 수집 인구도 과거 5000여명 수준에서 2만여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화폐 수집 동호회인 ‘화폐사랑’ ‘수집본색’ 등은 회원수가 각각 1만명 이상이다. 신권 수집이 늘면서 수집용 화폐거래의 규모는 1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집에‘내공’이 쌓이면 자연스레 옛날 화폐를 찾는다고 한다. 수집 경력 9년의 정용휘(18)군은 1962년 발행된 50원짜리 지폐를 구하러 회현지하상가에 들렀다. 그 는“국내 화폐로는 드물게 영국에서 인쇄했고, 인물이 아닌 자연 경관(총석정)을 도안 소재로 사용해 희소성이 높다”고 했다. 가격은 발행 당시 액면가의 1만배인 50만원. 보존 상태가 좋은 것(미사용품)은 200만원에 육박한다.

  

  

 

희귀한 것들은‘억대’를 호가한다. 광무 10년(1906년)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금화 5원짜리 미(未)사용품은 시세가 2억4000만원이다. 최근 거래 중 가장 비싼 것은 광무 10년 제조된 10원짜리 금화. 수집용 화폐 거래 전문 업체인‘화동양행’이 지난해 11월 개최한 경매에서 개당 4450만원에 팔렸다. 한 수집상은“매년 두 번 있는 화동양행 경매에서 거래되는 액수만 한 번에 7억~1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요즘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신권은 매주 300~400여건. 건당 매매가는 액면가의 2배에서 최대 100배에 이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가격에‘거품’이 생겼다고 말했다.

수집 경력 20년이 넘는다는 서모(45)씨는“잘 모르는 사람들이 화폐‘수집’이 아니라‘투기’를 하고 있다”며“가격 거품이 꺼지면 분명 손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