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화폐이야기/재미있는 돈 이야기

화폐수집은 ‘왕의 취미(Hobby of Kings)’

by 금빛화폐연구소 2007. 4. 1.

 

 

▶250년 된 유럽 금융재벌 ‘로스차일드’가(家)의 신화는 화폐 수집에서 시작됐다.

1750년대 은행에서 심부름을 하던 가난한 유대인 소년 마이어 암셸은 독일에서 가장 부유하고 막강한 제후 빌헬름 공작을 만났다. 빌헬름의 취미는 동전 수집이었다.

소년은 희귀 동전을 구해 싼값에 빌헬름과 다른 귀족들에게 건넸다. 고전(古錢) 거래로 쌓은 돈과 인맥이 로스차일드 금융제국의 시발점이었다.

 

▶화폐 수집은 ‘왕의 취미(Hobby of Kings)’로 불린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와 시저가 취미로 고대 그리스 동전을 모은 데서 유래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안과 프랑스 루이 16세도 동전을 수집했다.

이 황제들이 요즘 화폐 수집가처럼 세세한 조사·연구까지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근대적 의미의 ‘동전수집 원조’로는 고대에 대한 동경을 동전에서 구한 14세기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가 꼽힌다.

 

▶1920년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놋겔드(Notgeld)’라는 임시 지폐가 사용됐다.

1차대전 직후 인플레가 심해지자 동전의 금속값이 액면가보다 높아지면서 시중에 동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은행과 관청이 잔돈으로 쓰라고 발행한 놋겔드는 지역마다 그림과 색깔이 다르고 화려해 수집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종이돈 수집은 1940년대 놋겔드 수집 열풍이 일면서 동전 수집에서 분리돼 독립분야로 인정 받았다.

 

▶오늘 발행되는 새 1만원·1000원권 지폐 중 앞쪽 일련번호가 찍힌 돈을 받으려고 수백명이 한국은행 별관 앞에서 사흘 전부터 노숙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번부터 100번까지는 화폐박물관에 전시하고 나머지 1만번까지는 인터넷 경매에 내놓는다.

일반인에겐 1만1번째부터 바꿔준다. 초기 번호나 희귀 번호 지폐는 팔아서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작년에 새 5000원권이 나왔을 때 인터넷 경매에서 10장 묶음이 85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화폐 수집가는 10만명쯤이라고 한다. 모든 수집 취미는 웬만큼 투자 성격을 지닌다.

‘수집가의 가치’는 여느 가치체계와 다르다.

보통사람에게 1만원짜리 10장은 10만원이지만 수집가 눈엔 200만원이나 300만원으로 보일 수 있다.

고골리는 “빳빳한 새 지폐를 쥐면 새 행복이 따라온다”고 했다.

만인의 손을 ‘돈다’고 해서 ‘돈’이라지만 손이 덜 간 돈일수록, 희귀한 화폐일수록 가치를 높게 쳐주는 데서 인간의 끝없는 독점욕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