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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뉴스/국내화폐 뉴스

고액권 인물도안 고집할 필요없다 .

by 금빛화폐연구소 2007. 5. 6.

 

한국은행 게시판에는 `고액권 앞면 도안이 꼭 인물이어야만 되냐`는 내용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닉네임 소프를 쓰는 한 시민은 "인물을 선정할 경우 서로 남녀를 따지고 종교를 따지게 된다"며 "차라리 태극 문양이나 훈민정음 문양 등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문양을 넣자"고 주장했다.
이창수ㆍ김새롬 씨 등 여러 네티즌은 "훈민정음, 직지심경, 목판, 측우기 등 세계 유산으로 자랑할 만한 우리 문화재를 화폐 도안으로 쓰자"며 "인물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분쟁의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성주 씨는 "백두산, 독도 등 자연경관을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 건축물ㆍ자연경관은 앞면 도안 안 되나 = 우리 화폐에도 건축물 등 인물이 아닌 소재가 앞면 도안으로 쓰인 적이 있다.

1953년 발행된 10환ㆍ100환ㆍ1000환권에는 거북선이 앞면 도안으로 쓰였다.
비슷한 시기에 발행된 신 10환권은 앞면에 남대문, 뒷면에 해금강 총석정이 디자인됐다.
58년에 나온 50환권은 앞면에 독립문, 뒷면에 이순신이 도안으로 쓰여 현재 은행권의 `앞면 인물ㆍ뒷면 건축물`과는 정반대였다.  62년 긴급통화조치 후 나온 지폐는 건축물이 앞면 도안으로 쓰였다.
500원권은 남대문, 100원권은 독립문, 50원권과 10원권은 각각 해금강 총석정과 첨성대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62년 화폐개혁 이전에는 주로 대한민국의 독립이나 건국을 상징하는 소재가 사용됐다"며 "화폐 도안은 그 시대의 가치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소재가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72년 후에는 5000원권 율곡 이이(72년ㆍ뒷면 오죽헌), 1만원권 세종대왕(73년ㆍ뒷면 경회루), 1000원권 퇴계 이황(75년ㆍ뒷면 도산서원) 등 현재의 화폐 앞면 도안이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 이(李)씨 성을 가진 남성` 일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네티즌은 "우리는 30년 이상 특정 인물이 화폐에 고착화했다"며 "외국은 정치ㆍ문화ㆍ경제적 초석을 다진 다양한 직업을 가진 19세기 이후 인물들이 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을 배우자"고 강조했다.
한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는 백 모씨(38)는 "화폐는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이와 이황을 외국인에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며 "백두산이나 훈민정음이 훨씬 우리나라의 대표성을 갖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 전 세계 화폐도 인물 초상이 대세? = 한국은행이 발행한 `세계 주요국의 화폐`라는 책자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46개 나라 은행권 앞면에는 인물 초상이 전체의 83.2%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조각상, 건축물, 동식물 등 순이었다.
특히 화폐의 인물 초상 가운데 정치인이 66.9%로 가장 많고, 문화예술인이 30.7%로 뒤를 이었다.
일반인은 2.4%에 불과했다.
은행권 뒷면 도안으로는 건축물이 23.5%로 가장 많았고, 문화유적(16.3%) 인물(15.3%) 동식물(15.3%) 자연경관(7.2%) 예술품(6.1%) 등 소재가 다양했다.
선진국 은행권 중에서 인물 도안을 안 쓴 것은 유로화가 거의 유일하다.
유로화는 유럽 12개 국가가 함께 쓰는 화폐였기 때문에 도안 검토 초기부터 인물이 사실상 배제됐다.
12개 국가를 하나로 묶어 일체감을 갖게 하는 도안을 채택한 것.
유로화는 7종류 은행권이 있는데 각 권종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럽의 대표적인 건축양식인 이오니아, 로마네스크, 바로크 등 7개 양식 창문과 정문 등이 들어 있다.
자연경관이 자산인 아프리카 국가들은 나라를 대표하는 사자나 코끼리 등 동물과 폭포 등 자연을 화폐에 넣는 곳이 많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표범, 코끼리, 코뿔소, 사자 등이 주인공이다.
`동물의 왕국`이라 불릴 만하다.
HSBC은행 관계자는 "아프리카는 정치 불안이 장기간 지속됐기 때문에 화폐에 특정 인물보다 자연경관이나 동식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네티즌 이색 제안 봇물 =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쿠바는 올해 새로 발행한 10페소 지폐 도안에 우리나라 기업이 수출한 이동식 발전설비 도안을 넣었다"며 "우리나라였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게시판에는 고액권 도안과 관련한 이색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한 네티즌은 "네덜란드가 옛 50훌덴(Gulden)에 해바라기를 채택했듯이 사군자를 채택해 보자"고 했다.
옛 50굴덴은 반 고흐가 그린 `14송이 해바라기`와 `꽃의 나라`를 연상케 하는 해바라기 꽃이 들어 있다.
국민 단합을 위해 2002년 시청 앞 월드컵 응원 모습을 도안에 넣자는 의견도 있다.
이순신을 현재 100원짜리 동전에서 고액권으로 `모시자`는 주장도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월드컵 응원은 전 국민을 하나로 결집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장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검토할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불특정 다수 인물을 세부적으로 묘사하기 힘들어 위조방지 측면에서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고재만 기자]